이석기, 오랜 암약으로 다져진 긴장과 조바심이 절차의 논리를 외면하고, 목적의 비약을 선택하게 했다. 좌파적 괴물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져 우파와 교통하는 법.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진정성에 비해 너무 오랫동안 소수였다.('너무 오랫동안'이어서, 근대성으로는 외려 국민참여당보다 보수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그 소수들에 한 손, 한 발씩 빌려주며 다가오는 소수가 있었고, 그 소수들 중에서는 그래서 다수가 되었다. 당권파의 버팀에는 '이게 어떻게 잡은 권력인데'라는 외침이 보인다. 그 과정의 지난함에서 만들어진 고집 센, 필부의 욕심이 보인다.
그 빤한 고집을 모두 고백하지 않으면, 그들은 다만 지금 왼쪽에 박힌 돌마냥, 죽은 스탈린이겠다.
나는 오랫동안, 상상력도 성찰도 없는, 부끄럼 없는 옳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군대를 막 제대하고, 술자리에서 후배 한 명이 자신의 주사파스러움을 긍지로 타인을 몰아세우던 기억이 난다. 그들 대부분은 '주사파'적 사상으로 세상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야지라는 모색보다는 '주사파'라는 이름 자체로 고정되는 느낌을 흘렸다. 그 자부심이라는 것은, 그들이 꿈꾸는 세상의 순결함이 아닌 지금 바로 '나'의 '너희'와 다른 '위치'에서 나오는 듯도 했다. 그건, 인간의 마음이라는 범위에서는 이건희가 나랑 놀아주지 않는 이유와 다를 바 없다.
그들은 고집스러움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데,
'고집스러움'이라는 것은, 변화가능성의 변함없는 모색인 것이지, 주사파는 언제나 주사파라는 이름으로 고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탐관오리의 창고에서 빼내어온 얼마 되지 않은 빵이라서 아깝겠지만, 그 빵을 먹어 배탈이 날 거라면...
그 빵은 버려야 한다.


